1)감각기억
감각기관으로 입력된 물리적 자극이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잠시 저장되는 기억을 감각기억이라고 한다. 감각기억의 일부 정보는 단기 기억으로 전이되어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오게 된다. 감각 기억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에 모두 존재하지만, 시각 및 청각 감각기억이 주로 연구되었다.
(1) 시각적 감각기억: 영상기억
시각적 감각기억은 영상기억으로 불린다. 영상기억의 존재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필립스는 참가자들에게 행렬판을 1초 동안 보여 주고 사라지게 한 뒤 두 번째 행렬판을 제시하였다. 두 행렬판의 시간 간격은 20, 60, 100, 300, 600ms로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이때 두 번째 행렬판은 동일한 위치에 제시하거나 혹은 한 칸씩 촤측이나 우측으로 이동하여 제시하였으며, 참가자들에게 두 행렬판이 같은지 다른지를 판단하도록 했다.
두 번째 행렬판이 동일한 위치에 즉시 제시된 경우 참가자들은 매우 정확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확률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시간 간격이 짧을 때는 첫 번째 자극이 영상기억으로 망막에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자극과 겹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시간 간격이 길어지면 영상기억이 빠르게 소멸하기 때문에 정답률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동조건에서는 두 행렬판과 비교하려는 순간 첫 번째 자극에 대한 영상기억이 빠르게 소멸되기 때문이다.
동일조건에서 시간 간격이 짧을 때의 높은 정확률은 영상기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동일조건에서 시간에 따른 급격한 정확률 감소와 이동조건에서의 낮은 정확률은 영상기억이 매우 빠르게 소멸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2)청각적 감각기억: 음향(잔향)기억
청각적 감각기억은 음향(잔향)기억으로 불린다. 음향기억 역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다윈, 터비 그리고 크라우더는 헤드폰을 착용한 참가자들에게 오른쪽, 왼쪽 그리고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알파벳 낱자를 세 개씩 순차적으로 총 9개를 들려주었다. 참가자에게 소리가 끝난 후 들었던 낱자를 모두 보고하거나 혹은 신호에 맞춰 세 위치 중 한 군데의 낱자만 보고 하도록 했다.
전체보고에서 참가자들은 약 4.2개의 무의미 낱자만 보고할 수 있었다. 이는 참가자들이 한쪽 위치의 낱자를 보고하는 동안 다른 위치의 음향기억이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부분보고에서는 전체보고보다 훨씬 더 많은 낱자를 보고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음향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일부 낱자만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분보고에서도 신호가 잠시 지연 되었을 때는 보고한 낱자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영상기억과 마찬가지로 음향 기억도 빠르게 소멸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상기억과 음향 기억은 단기기억으로 정보가 전달되기 전까지의 정류장 역할을 하며, 감각기억 중 주의를 받은 일부 내용들만 단기기억으로 진입하게 된다. 영상 기억은 매우 빠르게 소멸되는 반면, 음향기억은 경우에 따라 수 초동안 유지되기도 한다.
2)단기기억
단기기억은 현재 활성화 되어 의식하고 있는 기억이다. 쉬운 예로, 전화번호를 듣고 번호를 모두 누르려면 마음속으로 번호를 반복해서 되뇌어야 한다. 그때 누군가 말을 걸어 대답을 한 다음 다시 번호를 누르려고 하면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이 예는 단기 기억의 한 측면을 잘 보여 준다. 단기 기억은 지속 시간이 짧아서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활성화 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속 시간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구분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단기기억에서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반복해서 되뇌이는 것을 암송이라고 한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구분하는 또 다른 특성은 용량 차이이다. 만약 기억해야 하는 전화번호가 30개의 숫자로 되어 있다면 이를 모두 단기기억에 담아 두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구구단은 장기기억에 존재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숫자로 구성되어 있어도 언제든 필요할 때 단기기억으로 꺼내 쓸 수 있다. 장기기억에서 단기기억으로 기억을 가져오는 것, 혹은 단기기억의 정보를 사용하여 반응하는 것을 인출이라고 한다.
엣킨슨과 쉬프란 중다기억모형은 기억연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모형에서의 단기기억은 주로 언어적인 내용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시각적 단기기억에 대해서는 좀 더 발전된 이론인 작업기억을 서술할 때 소개할 것이다.
(1) 단기기억의 용량과 부호화
단기기억의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논문은 1956년에 최초로 출판되었다. 밀러는 즉각 사용이 가능하도록 일시적으로 의식화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가 약 7개라는 것을 논문에서 보고했다. 그는 단순한 알파벳 낱자는 숫자를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 크기, 음의 높이, 사각형의 크기, 빛의 밝기 등을 기억하고 맞추는 과제에서도 그 한계가 5개에서 9개 사이가 된다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밀러는 단기기억의 용량을 개수로 표현했는데, 이때의 개수는 의미를 가진 최소의 단위를 지칭하며 이를 청크라 부른다. 예를 들어, BHLPQCNPJ라는 9개의 알파벳 낱자를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만 FBICIAUFO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쉽다. 전자의 경우 9개의 낱자가 각각 청크를 이루지만, 후자는 FBI-CIA-UFO로 3개의 청크만 기억하면 되기 때문이다. 청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단기기억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밀러의 발견대로 단기기억에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은 7개로 제한적이지만 각 공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묶어서 넣어 둘 수 있기 때문인다. 이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많은 양의 정보를 쉽게 처리하지만 초보자들은 청크가 적어 이를 매우 어려워하는 것을 설명해 준다. 전문가와 초보자의 수행 차이는 단기기억의 용량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청크의 활용 여부에 기인한 것이다.
부호화는 정보가 저장되거나 표상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앞서 FBICIAUFO의 경우 약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낱자 하나씩 암송할 것이다. 이 둘 간의 공통점은 알파벳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더라도 단기기억에서의 암송은 음향적으로, 즉 소리를 반복해 되뇌이는 방식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담기기억에서 정보가 저장되는 방식이 음향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단기기억의 주된 부호와 방식이 음향적으라는 것은 음향혼동이라는 현상을 통해 밝혀졌다. 콘래드는 B, C, P, T, V 및 F, M, N, S, X의 10개 낱자들 중 6개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참가자들에게 750ms 간격으로 하나씩 보여 주었다. 이때 각 다섯 개의 낱자들은 서로 발음이 유사하여 혼동하기 쉬운 낱자들이었다. 참가자들에게 자극 제시가 완료되면 즉시 각 낱자들을 제시 순서대로 보고하도록 했다. 그 결과, 모양이 아닌 발음이 유사한 낱자들을 혼동하는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즉, P를 T로 S를 X로 보고하는 등의 오류가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이 결과는 시각적으로 제시한 자극이라도 참가자들은 이를 음향적으로 변환하여 단기기억에서 암송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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