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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심리학의 이해 기억 - 에빙하우스와 망각곡선

by 설맘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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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관적으로 기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어제 누구와 같이 밥을 먹었는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지난 여름의 에피소드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억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이름은 무엇인지, 산업혁명은 어디서 발생했는지, 만유인력의 법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도 기억 덕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억은 사실과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저장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단편적인 사실과 과거 경험했던 사건의 내용이 기억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기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에서 분류하는 기억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되고 저장되며, 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기억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실험을 수행한 에빙하우스의 연구를 살펴본 후 현대적인 이론과 실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에빙하우스와 망각곡선

에빙하우스(1850~1909)는 기억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실험을 수행하여 1885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짧은 책으로 출판하였다. 당시에는 기억을 포함한 인간의 마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에빙하우스는 당시의 여느 심리학자들처럼 기억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대부분의 초기 연구가 그렇듯이 에빙하우스도 직관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험을 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영어 단어를 학습할 때 반복 횟수가 많을수록 더 잘 기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사라지며, 잊어버린 것을 재학습할 때 더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에빙하우스는 이러한 기억 현상을 연구하였다.

에빙하우스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부의미 철자를 기억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자음-모음-자음 으로 구성된 무의미 철자 목록을 학습하고 또 재학습하기를 반복하여 그 결과를 기록하였다. 에빙하우스가 기억재료로 무의미 철자를 사용한 것은 기존 지식이 기억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 절약률이라는 값을 통해 기억을 측정했다. 가령, 어떤 철자 목록을 완전히 학습하는데 10회의 반복 시행이 필요 했으나 일주일 뒤 6회의 반복으로 재학습되었다면 4회가 절약된 것이다. 이를 백분율로 바꾸면 절약률 40%가 된다. 유사한 예로, 아홉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의 이름을 최초로 학습하는 데 10분이 걸렸는데 다음날 재학습할 때 4분이 걸렸다면 절약률은 60%가 된다. 즉, 절약률은 기억이 얼마나 보존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에빙하우스는 학습-재학습 간 시간이 길어질수록 절약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망각곡선은 우리가 기억에 대해 알고 있는 일상적인 경험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즉, 어떤 사실을 학습한 직후 기억 손실은 빠르게 발생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느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망각곡선에 따르면, 아홉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이름을 최초 학습한 후 약 일주일이 지나면 대부분 잊어버리지만 한 달 뒤에도 한 두 명 정도의 이름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에빙하우스의 가장 큰 공헌은 과학적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인간의 정신 현상 중 하나인 기억을 체계적으로 측정하여 그 원리를 도출했다는 점이다. 절약률, 망각곡선 뿐만 아니라 에빙하우스는 학습 횟수, 학습 간 간격, 목록의 길이 등과 같은 변인들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러나 에빙하우스는 무의미한 자극에 대한 기억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이후 바틀릿(Bartlett, 1932)에 의해 강한 비판을 받았다. 무의미 자극을 사용하면 배경 지식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 해석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바틀릿은 오히려 배경 지식이 새로운 기억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이야기에 대한 기억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다만 바틀릿도 기억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내용을 학습하게 하고 체계적으로 결과를 기록하여 해석했다는 점에서 에빙하우스의 방법론을 그래도 계승하였다.

 

2. 기억의 양상 : 중다기억모형

에빙하우스와 바틀릿은 무의미 철자 혹인 이야기에 대한 기억을 연구 했다는 점에서 모두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기억을 연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기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어두운 밤 번개는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몸의 일부인 망막이 번개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누르는 동안 잠시 기억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번호도 기억의 한 형태이다. 어떤 기억은 이미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다. 어떤 가수의 노랫말이나 얼굴에 대한 기억은 마음속에 이미 저장되어 존재하는 것들이다.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정보 처리 접근을 활용해 서술한 것이 중다기억모형(multi-store model)이다. 중다기억모형에 따르면, 환경의 자극은 감각기억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등록되고, 이 중 일부가 단기기억에서 활성화 되며, 어떤 정보는 장기기억에 영구적으로 저장된다. 장기기억의 정보는 필요에 따라 단기기억으로 불려와 활성화 되기도 한다. 단기기억에서의 정보 처리는 반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다기억모형은 양상모형으로도 불리는데, 기억이 시각이나 청각, 의미 등 다양한 양상들로 존재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자주 쓰인다. 혹은, 학자들의 이름을 분여 앳킨슨-쉬프린 모형이라고도 불린다. 간혹 다중 저장소모형 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명칭들은 모두 동일한 이론을 지칭하므로 혼란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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