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기기억에서의 인출
단기기억의 정보들은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즉각적 가용성이라는 장점을 가진다. 필요할 때 바로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단기기억의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인출하는지는 통제된 실험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스턴버그는 단기기억에 존재하는 항목에 대한 인출이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는지 실험하였다. 참가자들에게 1~6개의 숫자로 구성된 숫자집합의 숫자를 1.25초 간격으로 하나씩 보여 준 다음, 검사숫자를 하나 제시하고 그 숫자가 숫자집합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숫자집합 {2,5,7,4,6,1}의 숫자를 차례로 보여 주고 검사숫자로 4 혹은 8을 제시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검사숫자가 숫자집합에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모두 숫자집합이 커질수록 반응 시간이 1차 함수의 형태로 느려졌다. 다시 말해, 숫자집합의 크기 1~6을 X축으로 하고 반응시간을 Y축으로 했을 때 검사숫자가 숫자집합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반응 시간이 동일하게 증가했다.
이 결과는 단기기억에 존재하는 항목에 대한 인출이 즉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만약 단기기억 속의 정보가 동일한 수준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면 숫자 집합의 크기와 상관없이 반응시간은 일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에 따르면, 숫자집합의 크기가 커질수록 반응시간은 점차 느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단기기억 속에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인출이 느려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2) 장기기억
장기기억은 지속 시간이 수 분에서 수십 년까지 유지되고, 용량의 제한이 없는 정보의 저장소이다. 장기기억에는 어떤 사람이 평생 동안 경험한 사건들과 학습의 내용들이 집약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장기기억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며, 학자들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론도 다양하다. 먼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독립적인 별개의 기억이라는 증거로 사용된 계열위치효과를 설명한 후, 장기기억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계열위치효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구분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독립적이라는 증거는 계열위치효과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계열위치효과는 단어 등으로 구성된 목록의 항목을 순차적으로 학습한 후 이를 회상할 때 발생한다. 가령, 목록이 {학교, 드라마, 보석, 시계, 여행, 야구, 가방, 전화, 자동차, 책상, 선풍기, 물병, 라디오, 구름, 종이, 바지}의 1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앞쪽과 뒤쪽에 있는 항목에 대한 회상률은 높고 중간에 있는 항목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항목의 순서에 따라 회상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계열위치효과라 부르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을 계열위치곡선이라 부른다
계열위치효과는 매우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현상이다. 머독은 10, 15, 20, 30, 40개의 단어로 구성된 목록 각각에서 모두 계열위치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목록의 앞쪽 항목에 대해 회상률이 높은 것을 초두효과, 뒤쪽 항목에 대해 회상률이 높은 것을 최신효과라 부른다.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는 일생생활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음악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처음 몇 명의 가수와 마지막 몇 명은 기억나지만 중간에 누가 출현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을 수 있다. 혹은 단편소설을 읽고 난 후 처음 발생했던 사건과 내용 그리고 마지막 결말은 기억나지만 중간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계열위치효과에서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를 제공한다. 왜냐하면 초두효과는 장기기억에 의한 것이며 최신효과는 단기기억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계열위치효과를 보여 주는 실험에서 초두효과는 유지되고 최신효과만 사라지거나, 혹은 반대로 초두효과는 사라지고 최신효과만 유지될 수 있게 한다면 이 둘은 서로 독립적인 기억이라는 것을 확증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학점수와 영어점수가 별개라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수학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영어와 수학의 내용은 서로 별개이기 때문이다.
먼저, 초두효과는 사라지지만 최신효과는 유지되는 것을 보여 준 실험을 살펴보자.
린더스는 초두효과가 앞쪽 항목을 더 많이 암송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에게 20개의 단어를 하나씩 각 5초간 제시하여 학습하게 했는데, 이때 각 단어를 소리 내어 학습하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앞쪽에 제시된 단어들은 다른 단어들보다 더 많이 암송했고 초두효과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현재 제시된 단어만 암송했던 것이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앞쪽 단어들을 번갈아 암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앞쪽 단어들에 대한 회상률이 높아지는 초두효과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런데 피슐러, 린더스 그리고 앳킨슨이 참가자들에게 현재 제시된 단어만 암송하도록 지시했을 때는 초두효과는 완전히 사라지고 최신효과만 나타났다. 이는 초두효과를 일으키는 장기기억이 최신효과를 일으키는 단기기억과 서로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반대로, 초두효과는 존재하지만 최신효과를 사라지게 한 실험도 존재한다. 최신효과가 단기기억에 의한 것이라면, 학습 직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뒤 회상하면 최신효과가 사라져야 한다. 실제로 포스트맨과 필립스는 참가자들에게 단어목록을 학습하게 한 뒤 15초 혹은 30초간 숫자 세기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회상하게 했다. 그 결과, 초두효과는 그대로 발생했지만 최신효과는 지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크게 저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연시간에 따라 최신효과는 지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크게 저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연시간에 따라 최신효과가 점차 사라졌다는 것은 최신효과가 단기기억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이 실험에서 초두효과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는 초두효과를 일으키는 장기기억이 최신효과를 일으키는 단기기억과 독립된 기억 체계라는 것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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